분원일기 잡동사니

"드라마 싸인 속 국과수 남부분원, 실제론 유배지 아니다"
기사등록 일시 : [2011-07-02 06:00:00]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올해 초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싸인' 속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남부분원은 본의 아니게 저평가를 받았다.

인기스타 서윤형의 피살사건을 파헤치던 국과수 본원 소속 법의학자 윤지훈(박신양 분)이 음모에 휘말려 쫓겨나듯 남부분원으로 발령됐고, 이후 남부분원은 극중에서 일종의 유배지처럼 그려졌다.

하지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

서울 양천구 국과수 본원에서 부산 영도구 남부분원으로 자리를 옮기는 이들은 대부분 승진에 성공한 인물들이다.

본원 연구사로 일하다 연구관으로 승진하면 한 차례 지방근무를 경험하는 것이 일종의 관례라는 게 국과수 관계자의 설명이다.

임시근(43) 연구관 역시 비슷한 경우다. 1997년 국과수에 입사해 15년차인 임 연구관은 올해 초 남부분원 법의학과 유전자분석실장으로 부임했다.

부임 후 적응을 마친 임 연구관은 최근 국과수 뉴스 홈페이지 국과수 사람들 항목에 '분원일기(分院日記)'란 제목의 글을 띄워 자신의 남부분원 생활을 소개했다.

먼저 임씨는 남부분원으로 부임할 당시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나의 부산생활은 국과수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싸인과 함께 시작됐다. 드라마에서 주인공(박신양)이 서울 본원에서 좌천돼 가게 된 곳이 부산에 있는 국과수 남부분원이었다. 졸지에 나도 좌천돼 부산으로 오게 된 사람이 돼버렸고, 전화로 걱정스레 물어오는 지인들까지 있었다"

임 연구관은 남부분원의 풍경도 멋들어지게 묘사했다.

"남부분원에 와본 사람은 알겠지만 아래쪽으로 내려다보이는 푸른 바다 위에는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오륙도가 떠있고 웅장하게 건축되고 있는 해양박물관, 그리고 마징가제트가 숨겨져 있을 것 같은 해양대학교가 한 폭의 풍경화처럼 멋있다. 이런 멋진 풍경을 매일 사무실에서 볼 수 있다는 것도 분원생활의 또 다른 행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객지 생활이 마냥 좋을 리는 만무하다.

"분원생활은 혼자 스스로 살아가는 소위 자취생활이다.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나는 이런 생활이 태어나서 처음이다. 그래도 나름 주방과 가사에 거부감이 없는 사람 중 하나라고 생각해왔는데, 막상 매일하기는 쉽지 않다"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임 연구관은 법의학자로서 본분을 잊지 않는다.

"여름이 되면 부산은 본격적으로 관광지가 된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피서객들이 몰린다는 해운대 해수욕장을 비롯해 광안리, 송정, 송도, 다대포 등 많은 해수욕장에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온다. 그래서 해수욕장 개장과 함께 성범죄 관련 감정의뢰가 급증한다고 한다. '오빠를 믿지 마세요'라고 쓴 어깨띠를 두르고 가두 캠페인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싶다"

임 연구관은 글을 마무리하며 남부분원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본분원간 감정업무의 표준화와 품질관리, 본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장비와 시설, 부족한 감정 인력과 예산, 열악한 문화 환경과 복지 등 앞으로 해결돼야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분원에 대한 투자가 국과수 발전의 필요충분조건이라는 점을 함께 인식하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중략)부산 남부분원은 오는 가을에 양산 부산대 캠퍼스로 신축 이전을 앞두고 있는데 넓고 쾌적한 신청사는 남부분원이 제2의 도약을 준비하는 시작이 될 것이다"

daero@newsis.com



 

분원일기 (分院日記)

임시근 (국과수 남부분원)
 

부산...참 생소한 곳이었다. 지금까지 통틀어 세 네번, 그것도 잠깐씩 업무차 와본게 내 기억의 전부인 곳이었는데...벌써 반년 가까이 살고 있는 곳이 되었다. 이젠 특유의 바다 냄새와 사투리 억양이 전혀 낯설지 않다. 아니 친숙해졌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나의 부산생활은 국과수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싸인”과 함께 시작되었다. 드라마에서 주인공(박신양)이 서울 본원에서 좌천되어 가게된 곳이 부산에 있는 국과수 남부분원이었다. 졸지에 나도 좌천되어 부산으로 오게 된 사람이 되어버렸고, 전화로 걱정스레 물어오는 지인들까지 있었다. 부산에 내려 온 첫날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영도 봉래산 중턱에 위치한 관사를 찾아 들어가 짐을 풀었는데, 베란다 창을 통해 붉은 노을이 비치는 바다와 그 위에 점점이 떠 있는 배들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 멋진 풍경을 사진에 담고자 당장 바닷가로 달려갔다. 먼 곳에 혼자 떨어진 외로움과 낯선 환경도 잠시 잊고 저물어가는 해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이렇게 나의 분원생활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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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첫 느낌은 따뜻함이었다. 유난히 한파가 맹위를 떨쳤던 지난 겨울을 나는 남쪽의 바닷가에서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다. 서울에 올라갈 때면 마치 부산에 오래 산 사람처럼 추위를 탓던것같다. 겨울이 아직 끝나지 않았을 즈음부터 부산에서는 빨간색 동백꽃을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동백꽃이 이렇게 아름다운줄 미처 알지 못했다. 어느날 아침 태종대를 산책하다 아스팔트위로 떨어져 있는 동백꽃잎들을 보며 왜 동백꽃은 이렇게 처절하게 자신을 떨구어낼까 궁금해하기도 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매화와 산수유, 개나리가 피기 시작했다. 양산의 통도사에서는 만개한 매화의 향기에 취해 정신을 잃을뻔했다. 아름드리 벚나무로 둘러싸인 남부분원은 하얀 벚꽃의 세상이 되었고, 세찬 바다 바람에 휘날리는 꽃잎을 보며 하염없이 이생각 저생각 사색에 빠지기도했다. 남부분원에 와본 사람은 알겠지만 아래쪽으로 내려다 보이는 푸른 바다 위에는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오륙도가 떠 있고 웅장하게 건축되고 있는 해양박물관, 그리고 마징가제트가 숨겨져 있을것같은 해양대학교가 한폭의 풍경화처럼 멋있다. 이런 멋진 풍경을 매일 사무실에서 볼 수 있다는 것도 분원생활의 또다른 행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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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원생활은 혼자 스스로 살아가는 소위 “자취”생활이다.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나는 이런 생활이 태어나서 처음이다. 그래도 나름 주방과 가사일에 거부감이 없는 사람 중 하나라고 생각해왔는데, 막상 매일 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관사가 있고, 선배들의 손때가 묻은 가재도구며 전자제품들이 있어 훨씬 수월하게 지내고 있다. 초창기 때는 물론이고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관사가 없어 개인적으로 원룸을 얻어 살거나 심지어 여관에서 장기 투숙을 하며 생활했던 선배님들도 있었다. 음식을 만들 수 있고 피곤한 몸을 쉴 수 있는 공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것이다. 숟가락 하나에서 세탁기, 냉장고, 침구, 텔레비전, 전자레인지, 전기밥솥, 헤어드라이어까지... 하나라도 없으면 불편하고 소중한 것들이다. 분원생활의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서울과의 물리적 거리가 아닐까싶다. KTX라는 초고속 열차가 생겨 전국이 일일 생활권이 되었지만 아무리 급한 일이 생겨도 최소한 4시간은 걸리는 것이 서울과 부산 사이의 거리다. 얼마전 모 실장의 아이가 사고를 당해 크게 다치는 일이 있었다. 허둥지둥 아이가 입원한 병원으로 올라 갔는데, 내내 얼마나 가슴을 졸였을지는 당사자가 아니면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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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분원에는 서울과 부산을 왔다갔다하는 6명의 기러기들이 있다. 외로운 기러기들은 가끔 수요일 저녁에 남포동을 비롯한 부산의 밤거리를 탐험하기도 하고, 유명한 맛집을 찾아 가거나 멸치회 같은 계절 음식을 먹으러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달려간다. 우리는 해양대학교 학생식당의 2500원짜리 아침식사를 마치 스카이라운지 고급 레스토랑의 정찬으로 생각한다. 서울에서는 이제 찾기조차 힘든 꼬치집 “투다리”에서 밤 늦도록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C1(시원) 소주를 마시기도 한다. 다음날 아침 날계란이 들어간 3000원짜리 “할머니 시락국(시레기국)”은 최고의 해장국이다. 남포동 국제시장에는 서울의 남대문시장처럼 외제(주로 일제)를 비롯해 없는거 빼고는 다 있는것 같다. 특히 각종 면세품들과 부산오뎅이 우리의 주요 사냥감들이다. 내 생각에 광복동은 서울의 명동, 서면은 종로, 경성대앞은 신촌, 해운대는 강남과 분위기가 비슷한 곳이다. 지금까지 내륙에서 나고 자라온 나에게 부산은 무척 이국적인 곳인데, 말과 먹을거리가 그렇고 풍경이 그렇다. 2004년 영국의 케임브리지에서 살았던 때가 생각난다. 모든 것이 생소했던 그때와 지금의 분원생활을 비교하는것이 무리지만, 어떤 면에서는 비슷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영국에선 가족과 함께 있었지만 지금은 부산에서 혼자 살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나 부산에서나 낯선 곳에서의 외로움은 자유로움과 다양한 재미들로 어느정도 보상받을 수 있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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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인 관광도시답게 부산에는 먹거리와 볼거리, 그리고 즐길거리가 진짜 많다. 태종대, 오륙도, 해운대, 동백섬, 달맞이고개, 광안대교, 이기대, 자갈치시장, 국제시장, 용두산공원, 동래온천, 청사포, 벡스코, 금정산, 장산, 봉래산, 범어사, 양산 통도사, 기장 대변항, 몰운대, 다대포, 을숙도, 절영산책로, 암남공원, UN묘지, 가덕도 등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만큼 많은 명소들이 있다. 조금만 멀리가면 거제도와 통영의 한려해상 국립공원도 금방 다녀올 수 있다. 부산에서만 먹어볼 수 있는 별미들도 많다. 두텁고 싱싱한 생선회, 자갈치 시장의 고소한 생선구이, 태종대 자갈마당의 조개구이, 홍합이 산더미같은 해물짬뽕, 견과류가 잔뜩 들어간 남포동의 호떡, 꽁치만한 크기의 멸치가 들어있는 기장의 멸치회와 멸치찌게...등 다양한 먹거리 체험도 분원생활의 또 다른 재미다. 여름이 되면 부산은 본격적인 관광지가 되는데, 전국에서 가장 많은 피서객들이 몰린다는 해운대 해수욕장을 비롯해 광안리, 송정, 송도, 다대포 등 많은 해수욕장에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온다. 그래서 해수욕장 개장과 함께 성범죄 관련 감정의뢰가 급증한다고 한다. “오빠를 믿지 마세요”라고 쓴 어깨띠를 두르고 가두 캠페인이라도 해야하지 않을까싶다. 가을에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부산국제영화제와 광안리 불꽃축제가 기다리고 있다. 여행하며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부산은 남다른 즐거움을 주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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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의 분원생활을 너무 낭만적으로만 이야기한 것 같아 분원이 한가한 곳으로 오해할까봐 살짝 걱정이 되지만, 분원생활의 많은 어려움은 부언하지 않아도 모두 알거라 생각된다. 부산, 아니 영도는 안개의 섬이다. 처음엔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해주는 안개가 멋있게 보였는데, 난생 처음으로 정말 한치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심한 안개와 바다에서 무섭게 밀려올라오는 해무를 보고난 후에는 생각이 바뀌었다. 간혹 며칠씩 안개가 계속될때는 빨래를 말릴 수도 없고, 집안도 눅눅해지고 벽이나 옷에 곰팡이까지 생긴다. 1997년 입사 후 14년만에 처음으로 서울을 떠나 분원에 와서 근무를 해보니 그동안 잘 몰랐던 분원의 애로사항을 하나 둘 씩 실감하게되었다. 본분원간 감정업무의 표준화와 품질관리, 본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장비와 시설, 부족한 감정인력과 예산, 열악한 문화 환경과 복지...등 앞으로 해결되어야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먼저 분원에 대한 투자가 국과수 발전의 필요충분조건이라는 점을 함께 인식하는것이 우선되어야 할것이다. 분원이 무너지면 국과수의 명예와 그간의 공든탑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부산 남부분원은 오는 가을에 양산 부산대 캠퍼스로 신축 이전을 앞두고 있는데, 넓고 쾌적한 신청사는 남부분원이 제2의 도약을 준비하는 시작이 될것이다. 분원의 신축과 이전은 국과수 역사상 처음이며, 성공적인 청사 이전은 바로 이어지는 본원 이전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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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임실장, 부산에서 너무 잘 지내는 거 아냐?” “잘 지내려고 노력중이야. 다시 오지 않을 시간들을 후회없이 충실히 보내려고...”라고 나는 대답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말처럼 모든것이 마음먹기 나름이고, 긍정의 힘은 의외로 사소한 것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생각해본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 걸 알게되었다. 추억을 갖고 있지 못한 사람의 인생은 무미건조함 그 자체가 아닐까싶다. 부산에서의 분원생활 동안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좋은 사람들과 따뜻한 하루하루를 만들어간다면훗날 좋은 추억이 되어 평생의 식량이 될것이라 믿어본다. 저와 함께 추억을 만들고 싶으신 분 모두 “어서 오이소! 부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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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PHOTO 사진 블로그; http://blog.daum.net/neob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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